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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격, 정당한가”…물가 인플레 속 번지는 ‘원가 따지기’ 논쟁

관리자 2026-01-20 조회수 52

[더퍼블릭=유수진 기자]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상품과 음식의 원가(原價)를 따지기 시작하자, 자영업자들이 곤혹을 겪고 있다. “내가 사는 이 물건의 가격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의문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되며 원가 검증이 일종의 소비 행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상적인 시장 경제에서 원가 구조는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근거로 가격 인하를 압박할 경우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 유튜버는 특급 호텔에서 판매되는 18만원짜리 케이크의 원가가 약 3만원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제빵 명인이 해당 케이크를 직접 입수해 분석한 뒤, 프랑스산 밀가루와 고급 초콜릿 등을 사용해 최대한 유사하게 재현해본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원가에 민감한 네티즌들은 “요식업계에서 재료비를 판매가의 30% 수준으로 맞추는 관행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비싸다”, “원료를 소매가로 계산한 것이 이 정도라면 업소용 도매가는 훨씬 낮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들은 “숙련된 기술과 디자인 개발비, 마케팅 비용, 브랜드 가치까지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가격”이라며 “사치재의 가격은 공급자가 제시하고 소비자가 선택하면 되는 문제”라는 반론을 제기했다.

이 같은 논쟁은 빵값을 둘러싼 갈등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여름 성수동에서 팝업 베이커리를 열고 ‘990원 소금빵’을 선보인 한 유명 유튜버 매장에 인파가 몰리면서 빵 원가 논란이 급부상했다. 이를 계기로 소금빵을 3000~4000원대에 판매하던 기존 빵집들은 “990원 가격은 인지도를 활용한 박리다매가 아니면 유지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결국 해당 매장은 ‘자영업자 생존권을 위협했다’는 비판 속에 문을 닫았다.

서민 음식의 대표 격인 김밥 역시 예외는 아니다. 김밥 평균 가격이 3700원까지 오르자, 주부들 사이에서는 ‘직접 김밥을 싸보고 원가를 계산해보는 챌린지’가 확산됐다. 하지만 김밥집 업주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부 떡집들은 꿀떡 한 팩의 원가를 쌀값부터 가스 요금, 카드 수수료, 포장비까지 세세히 계산해 공개하며, 실제 순이익이 얼마나 적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소비자 인식 변화의 배경에는 지난해 5월 대선 유세 당시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이 후보는 “한 잔에 8000~1만원인 커피의 원가는 120원”이라고 언급하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발언은 이후 자영업자 커뮤니티와 정치·경제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120원 커피’라는 표현으로 회자되며, 현 정부의 재정 정책이나 이른바 ‘호텔 경제학’ 논란과 맞물려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원가 논쟁은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맞물리면서 세계 각국에서도 유사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2024년 말, 380만원짜리 프랑스 명품 디올 가방의 하청업체 납품 원가가 약 8만원에 불과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며 파문이 일었고, 이 소식은 국내에도 전해지며 명품 소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웠다.

이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서는 “100달러짜리 룰루레몬 레깅스의 공장 생산가는 5~6달러”라는 주장과 함께 나이키, 에르메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원가를 공개하는 콘텐츠가 잇따라 등장했다. 이는 글로벌 원가 논쟁은 물론, 미국발 관세 전쟁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을 붙였다.

정부는 전기·수도 등 필수 공공재에 대해서는 원가를 공개하고 공급 가격을 통제해 왔다. 과거 공공 아파트 분양가나 통신비 역시 일부 원가 공개가 이뤄진 바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시장 경제에서 원가 구조는 영업 기밀에 해당하며, 공개가 의무 사항도 권장 사항도 아니다. 오히려 원가를 근거로 가격 인하를 요구할 경우 시장을 왜곡하고 장기적으로는 공급 위축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생활 물가 상승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원가 논쟁이 쉽게 사그라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부 계층이 소비하는 사치재나 생산·유통 구조가 복잡한 상품은 원가를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반면, 먹을거리처럼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품목을 둘러싼 논쟁은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 소비자 간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출처 : 더퍼블릭(https://www.thepublic.kr)